
시민행정신문 강경희 기자 | 천년향화지지千年香花之地로 불리는 충북 청주 미원. 이곳에 자리한 벽사초불정사는 오늘날 한국 불교 봉안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담화문화재단 이사장 담화총사가 이끄는 이 도량은 단순한 사찰이나 봉안시설의 개념을 넘어, 납골 봉안에서 영구 위패 봉안, 기제사·천도재·반혼재까지 모든 추모 의례를 한 공간에서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토탈 프리미엄 불자 전용 봉안 복합 도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봉안·의례·추모… 한 곳에서 완성되는 불교적 장례 문화
벽사초불정사 내 ‘천년의뜰 봉안당’은 고인의 명예와 가족의 마음을 함께 지키는 고품격 봉안 공간이다. 유골을 모시는 납골 봉안은 물론, 평생 영구 위패 봉안, 정기 기제사,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 인연을 마무리하는 반혼재까지 불교 의례 전반이 한 도량에서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핵가족화와 바쁜 일상 속에서 제사의 의미를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벽사초불정사는 가족을 대신해 정성껏 기제사를 봉행한다. 향을 사르고 등불을 밝히며, 매일같이 축원과 독경을 이어가는 이 도량은 “자손이 없거나 돌봄이 어려운 영가일수록 더 정성스럽게 모신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운영을 넘어, 불교의 자비와 보살행을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다.

예술과 수행이 공존하는 추모 공간
천년의뜰은 봉안의 공간이자 문화·예술의 전당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K-민화, K-그라피, 불화를 비롯해, 초대 법왕 일붕 서경보 큰스님의 유작과 친필을 포함한 100여 분 고승들의 작품이 상설·기획 전시로 선보인다. 고요한 추모의 공간에 예술을 더함으로써, 방문객은 슬픔을 넘어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특히 사찰을 감싸는 천년의 숲길은 걷기 명상과 치유의 동선으로 설계되어, 고인을 추모하는 이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고요로 이끈다.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공간에는 세계 각지의 관광 사진, 정문부 장군의 북관대첩비 관련 기록, 그리고 유엔에 보관됐던 6·25 전쟁 사진 등 역사적·세계사적 콘텐츠도 함께 전시돼 있다. 개인의 추모가 민족과 인류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다음 생을 준비하는 도량’
벽사초불정사는 스스로를 “죽음을 마무리하는 곳이 아니라 다음 생을 준비하는 도량”으로 정의한다. 이곳에서는 봉안과 제례가 끝이 아니다. 영구 위패 앞에서 이어지는 기도와 축원, 정기 의식은 고인의 삶을 기억하는 동시에 남은 이들의 삶을 바로 세우는 수행이 된다. 불교적 세계관 속에서 삶·죽음·다음 생이 하나의 연속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로 확장되는 자비의 실천
이 도량의 행보는 사회적 책임으로도 확장된다. 담화문화재단은 충북도청에 약 10억 원 상당의 봉안당 기증, 소외계층을 위한 장학금 100명 전달 등 실질적인 사회공헌을 이어왔다. 더 나아가 2026년 추가 장학금 전달도 예고돼 있다. 추모와 수행의 공간에서 길러진 자비가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다.

8년 반의 수행, 도량에 스며들다.
담화총사는 초대 법왕 일붕 서경보 큰스님 비서실장으로 8년 반 동안 수행의 시간을 보낸 인물이다. 그 시간은 행정과 의전의 경험을 넘어, 스승의 삶과 가르침을 곁에서 체득한 수행의 기록이었다. 벽사초불정사의 운영 철학과 공간 구성 곳곳에는 그 수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불자 전용, 그러나 세상에 열린 품격
‘불자 전용’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벽사초불정사는 종교적 배타성이 아닌 불교적 품격과 질서를 기준으로 공간을 운영한다. 장엄하되 과시하지 않고, 고요하되 닫히지 않은 도량. 이곳에서 봉안은 추모를 넘어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수행이 된다.

봉안에서 기제사까지, 추모에서 다음 생의 서원까지, 천년향화지지의 벽사초불정사와 천년의뜰 봉안당은 오늘날 한국 불교 봉안문화가 나아갈 하나의 완성형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