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행정신문 강갑수 기자 | 서울시는 지난 7월 23일 동대문구 이문동 굴착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서울특별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이종섭 고려대 교수)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굴착공사장 안전관리 강화를 중심으로 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는 7월 23일 19시 33분경 동대문구 신이문로 28길 굴착공사장 인접 보도에서 발생한 면적 13.5㎡, 깊이 2.5m의 지반침하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인접 건물 1개소가 철거되는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사조위는 분야별 민간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지반조사, 관계자 청문, 3차례의 현장조사 등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 5차례의 회의를 통해 이문동 지반침하 사고의 원인을 규명했다.
사조위에서 작성한 최종 사고조사 보고서는 국토안전관리원 지하안전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했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연약한 지반 조건에서 굴착면 안정성 확보를 위한 ‘흙막이벽체’와 지하수 유입 차단을 위한 ‘차수 시공’이 적정하게 이행되지 않은 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흙막이벽체의 누수와 토사 유실이 반복되면서 땅속 빈 공간(공동)이 형성됐고, 사고 당일 누수 범위가 확대되며 지반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흙막이벽체(CIP) 콘크리트 타설 시 시방기준에 따른 트레미관을 사용하지 않아 재료분리가 발생했으며, 지하수 유속이 큰 조건에서 콘크리트 유실이 가중돼 흙막이벽체 기초가 불완전하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지속된 누수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던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하안전평가서에 ‘지하수 유출 시 추가 그라우팅을 시행’하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국부적인 수평그라우팅만 반복한 채 수직그라우팅을 통한 근본적인 지반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시는 조사 결과 확인된 위반 사항에 대해 시공사 영업정지(4개월), 감리사 업무정지(2년 이하) 등의 행정처분을 관계 부서(기관)에 요청하는 등 사고 책임에 대해 엄중히 대응했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설계‧시공‧현장관리 전반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했다. 시는 관련 기준과 제도를 보완하고,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지하안전평가 매뉴얼을 개정해 계측관리와 공사진동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 다수 계측기에서 이상 변위가 감지되면 관리 기준치와 관계없이 즉각 대응하도록 하고, 차수그라우팅 인접부 발파 및 공사 진동 영향 최소화 방안도 포함한다.
아울러, 법령·규칙 개정을 통해 관리주체의 책임과 고위험 지반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에 나선다. 지반조건 위험도에 따라 차수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 의무화, 감리자격 강화 등을 추진한다.
시는 굴착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침하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반침하 관측망 구축, 굴착공사장 주변 GPR 탐사 확대, 민관 합동점검 등을 중심으로 상시 감시‧점검 체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지반침하 관측망 구축) 지하 최대 20m에 관측센서를 설치해 지반 변동량을 실시간 측정, 변위량을 분석해 이상징후에 선제적 대처할 수 있다.
(GPR 탐사 강화) 지하안전평가 대상 굴착공사장 주변 도로에 대해 준공 후 1년 이내까지 GPR 탐사를 연 1회에서 월 1회로 확대 실시한다.
(굴착공사장 합동점검) 지하안전평가 대상 굴착공사장을 대상으로 시·구·전문가·현장 관계자가 참여하는 합동점검을 실시해 지하안전 관리 실태를 종합 점검한다.
한병용 서울시 재난안전실장은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하고, 사조위가 제시한 지하안전 확보 방안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지속 관리하겠다”면서 “지하안전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 시민이 안심하는 도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