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채종환 기자 | 올해 103세를 맞은 혁필革筆 예술가 남상준 선생은 지금도 현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 세월을 뒤로한 채 쉼을 선택하는 나이에도 그는 서울 종로구 삼봉로 작업실에서 매주 네 차례 후학들을 지도하며 붓을 든다.
나이를 뛰어넘는 그의 열정은 단순한 장수의 기록이 아니다. 한국 전통예술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사명감이며, 문화유산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실천이다.
이번 제29회 세계평화미술대전 세계평화 초대작가전에 출품하는 작품은 바로 '세계평화世界平和'를 주제로 한 혁필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한글 '세계평화'와 한자 '世界平和'를 혁필 특유의 자유로운 필선과 화려한 색채로 표현하였다.
혁필은 일반 붓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기법이다. 가죽으로 만든 특별한 붓끝에서 만들어지는 선은 굵기와 속도, 리듬이 동시에 살아 움직이며, 한 획마다 생명의 숨결을 품는다.
남상준 선생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글씨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만나는 듯하다.
새가 꽃을 물고 날아들고, 나비가 춤을 추며,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자연스럽게 꽃과 잎이 되고, 나무가 되고, 생명의 형상이 된다.
글씨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평화가 된다. 혁필은 문자예술을 넘어 회화가 되고, 회화를 넘어 마음을 전하는 언어가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남상준 선생의 작품 세계가 언어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그는 한글은 물론 한문, 영어, 일본어 등 다양한 문자까지 혁필로 자유자재로 표현한다.
언어가 달라도 예술은 하나라는 사실을 그는 평생의 작품으로 증명하고 있다. 문자는 달라도 붓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국경을 초월하고,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다리가 된다.
그래서 그의 혁필은 단순한 서예가 아니라 문화외교이며, 평화의 예술이다. 이번 세계평화미술대전 출품작 역시 이러한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세계평화'라는 네 글자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서로 다른 민족과 문화, 종교와 언어를 하나로 이어주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화려한 오방색은 한국의 전통을 품고 있으며, 글자 사이를 오가는 새와 나비는 자유와 생명, 화합과 희망을 상징한다.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오늘의 세계에서 예술은 총칼보다 강한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남상준 선생은 붓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예술가는 시대의 증인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쟁과 산업화, 그리고 오늘의 대한민국까지 수많은 역사를 몸소 지나온 그는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그리고 새로운 제자를 길러내고 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이 있지만, 남상준 선생에게 나이는 오히려 예술을 더욱 깊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그의 붓끝에는 백 년의 삶이 녹아 있고, 한 획마다 인생의 철학이 스며 있다. 예술은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 사랑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103세에도 강단에 서서 후학을 가르치고, 세계평화를 작품으로 노래하는 남상준 선생은 그의 혁필은 오늘도 우리에게 말한다.
"평화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획의 정성과 한 사람의 삶에서 시작된다." 이번 제29회 세계평화미술대전 "세계평화 초대작가전"에서 선보일 남상준 선생의 혁필 작품은 단순한 전시작이 아니라, 한 세기를 넘어 이어져 온 한국 전통예술의 생명력과 세계평화를 향한 염원이 담긴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