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이존영 기자 |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반드시 원칙이 필요하다. 가정에도 원칙이 있고, 학교와 직장에도 원칙이 있으며, 국가를 움직이는 데에도 법과 제도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원칙을 만들어 놓아도 그것이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 원칙을 믿지 않는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란,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반드시 합당한 상을 주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다. 겉으로 보면 상과 벌에 관한 말이지만, 그 속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시 생각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
바로 공정公平과 신뢰信賴다. 상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함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고, 책임을 다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면 누가 최선을 다하려 하겠는가. 반대로 잘못을 저질러도 지위나 재산, 친분에 따라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법과 원칙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때로 큰 사건 하나가 아니다. “왜 저 사람에게는 되고 나에게는 안 되는가.” 이 작은 의문이 반복되면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신상필벌의 핵심은 벌을 엄하게 주는 데 있지 않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 바로 여기에 있다. 높은 사람이라고 봐주지 않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특혜를 주지 않으며, 힘없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벌은 보복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불교의 가르침에서 모든 행위에는 인과因果가 따른다. 좋은 씨앗을 심으면 좋은 열매를 거두고, 그릇된 행동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생긴다. 그러나 불교가 말하는 인과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응징하라는 가르침이 아니다.
잘못을 깨닫고 다시 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벌’ 역시 분노의 보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잘못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되, 반성하고 다시 일어설 기회도 열어주어야 한다.
엄정함 속에도 자비가 있어야 하고, 자비 속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자비는 아니다. 잘못을 바로잡도록 돕는 것 또한 자비다.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 칭찬받는 사회, 우리는 잘못을 찾아내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을 칭찬하는 데에는 인색할 때가 있다.
새벽부터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전을 지키는 사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 평생 한 분야를 지켜온 장인과 예술인,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상을 받을 사람이 상을 받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며, 청소년들에게 노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회다.
특히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아라”, “정직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어른들의 사회가 먼저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교육은 말보다 사회의 모습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도자에게 더욱 필요한 신상필벌이다. 신상필벌은 지도자에게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잘못에는 눈을 감는 순간 조직의 기강과 신뢰는 무너진다. 좋은 지도자는 자기 사람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공정한 기준을 세우는 사람이다.
잘한 사람은 과감하게 칭찬하고, 잘못에는 지위와 관계없이 책임을 묻되,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때 구성원들은 지도자의 얼굴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믿고 움직인다.
국가도, 기업도, 학교도, 가정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아니라 원칙이 중심에 설 때 공동체는 오래간다. 공정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신상필벌은 정치나 법정에서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약속을 지킨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맡은 일을 잘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늘 내가 누군가의 공을 가로채지는 않았는가.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잘못을 눈감아 주지는 않았는가. 나에게는 관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만 엄격하지는 않았는가. 신상필벌을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에 적용해 볼 일이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작은 법정은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담화총사 한마디
“상은 사람을 춤추게 하지만, 공정한 상은 세상을 움직인다. 벌은 사람을 두렵게 하지만, 공정한 책임은 사람을 바로 세운다. 사람에 따라 원칙을 바꾸지 말고, 원칙 속에서도 사람을 잃지 말라. 신상필벌의 마지막 목적은 벌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