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김학영 기자 | 가을밤이 깊어지면 등불 아래 책을 가까이하기 좋다는 말이 있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다. 옛사람에게 등불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아니었다. 배움의 길을 밝히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희망의 빛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등불은 무엇일까. 수험생에게는 늦은 밤까지 펼쳐 놓은 한 권의 책일 수 있고, 부모에게는 자녀를 묵묵히 기다려 주는 마음일 수 있다. 직장인에게는 하루의 책임을 다하는 성실함이며,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작은 희망일 것이다.
수험생이여, 오늘의 한 페이지를 믿어라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하루하루는 길고 무겁다.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을 때도 있고,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그러나 공부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한 페이지를 읽고, 한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를 다시 살펴보는 작은 정성이 쌓여 어느 날 실력이 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고 해서 오늘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한 줄을 더 읽는 사람이 결국 자신의 길을 만든다. 수험생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함보다 꾸준함이다. 어제보다 한 걸음만 앞으로 나아가도 충분하다. 시험은 인생의 중요한 관문이지만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마지막 문은 아니다.
그러므로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늘의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등불은 먼 곳을 한꺼번에 밝히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걸어야 할 한 걸음 앞을 밝혀 준다.
공부도 인생도 그러하다. 가족은 서로에게 꺼지지 않는 등불이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가르침은 수험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말보다 비교하고 재촉하는 말이 넘쳐난다. 특히 자녀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수록 부모의 마음도 조급해진다.
그러나 때로는 “몇 점 받았니?”라는 질문보다. “오늘도 애썼구나.”라는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밝혀 주는 등불이어야 한다. 자녀가 흔들릴 때 부모가 기다려 주고, 부모가 지쳤을 때 자녀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부부가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는 집이라면 그곳에는 이미 밝은 등불 하나가 켜져 있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 힘으로만 살아가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믿어 준다는 사실 하나가 다시 책상 앞에 앉게 하고, 다시 일터로 나가게 하며, 넘어졌던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등불이란 부처님께서는 밖에서만 답을 찾기보다 자기 자신과 법을 등불로 삼아 살아갈 것을 가르치셨다. 우리 마음속에도 본래 하나의 등불이 있다. 탐욕과 비교, 불안과 걱정이 짙어지면 그 빛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행하면 그 등불은 다시 밝아진다.
수행도 공부와 다르지 않다. 하루 한 번 좋은 생각을 하고, 한 번 더 참으며,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작은 실천이 쌓여 사람의 품격을 만든다. 큰 성공 역시 작은 정진에서 시작된다.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등화가친의 정신이 필요하다. 빠른 결과만 요구하기보다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경쟁에서 조금 뒤처진 사람에게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며, 성공한 사람만 바라보기보다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등불은 화려한 말이 아니다. 교실에서 학생을 기다려 주는 선생님의 마음, 늦은 밤 자녀의 귀가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청년의 땀, 어려운 이웃에게 조용히 손을 내미는 사람의 따뜻함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다.
한 사람의 작은 빛은 약해 보이지만, 그 빛들이 모이면 세상의 어둠을 밝힐 수 있다.
담화총사 한마디
“등불은 어둠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빛을 밝힌다.”
수험생이여, 오늘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낙심하지 말라.
오늘 읽은 한 페이지가 내일의 지혜가 되고,
오늘 흘린 땀 한 방울이 미래의 문을 여는 힘이 된다.
부모님도 자녀의 등불이 되어 주시라.
재촉하기보다 믿어 주고, 비교하기보다 격려해 주시라.
그리고 우리 모두 서로에게 작은 등불 하나가 되어 보자.
등화가친燈火可親.
등불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단지 책을 가까이한다는 뜻만이 아니다.
배움을 가까이하고, 희망을 가까이하며, 좋은 사람과 좋은 마음을 가까이하는 일이다.
오늘 밤 켜놓은 작은 등불 하나가
한 수험생의 꿈을 밝히고,
한 가족의 마음을 밝히며,
마침내 우리 사회의 내일까지 환하게 밝혀 주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