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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태백산 적멸보궁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 승격 기념 전시 《자신을 섬으로 하여》 개최

정암사에서 주최하고 정선군과 강원랜드가 후원하는 현대미술 그룹 전시

 

시민행정신문 기자 | 《자신을 섬으로 하여》는 태백산 적멸보궁 정암사에서 주최하고 강원도 정선군과 강원랜드가 후원하는 현대미술 그룹전이다.

 

이 전시는 9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총 3번의 릴레이 전시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9월 4일부터 서울 삼성동 봉은사 보우당을 시작으로,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를 거쳐 10월 6일 정선 아리샘터로 전시가 마무리 된다.

 

이 전시는 정선 태백산 적멸보궁 정암사에서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 (2020년)을 기념하여 매해 열리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는 권오상, 권도연, 김재홍, 서고운, 전제훈, 주영신, 정보영, 이명호, 이진주, 이정배, 이승연, 하태임 등 현대미술의 기라성 같은 12명의 작가가 정암사 수마노탑을 답사한 후 영감을 받아 신작을 제작하거나 출품했다.

 

전시의 테마 ‘자신을 섬으로 하여’는 불교 경전에서 따 왔다.

 

“자신을 섬으로 하고, 자신을 귀의처로 하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 가르침을 섬으로 하고, 가르침을 귀의처로 하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상윳따 니까야' 47:9)

 

12명 작가의 독립된 작업이 하나의 전시로 구성되는 과정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외치는 형상을 ‘섬’의 테마로 해석했다.

 

외롭고 독립적인 섬은 꿋꿋하게 생존을 모색해야 하지만 항상 다른 섬과의 연결을 꿈꾸기도 한다.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만한 독립과 연결의 지점을 전시로 구현하고 싶은 조숙현 큐레이터의 기획 의도가 담겨 있다.

 

◇ 작가 및 작품 소개

 

권도연 작가의 사진작업은 북한산에 버려진 유기견 무리, 동물원을 탈출해 도심과 고속도로를 배회하는 야생 동물을 포착해왔다.

 

밀려나고 버려진 동물들에 작가와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언젠가는 내가 살고 있는 영토에서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하지만 거대한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 출품작 '콩나물'은 프로젝트의 프리퀄과 같은 작업이다.

 

유년 시절 동네 동산에서 만난 마른 개 한 마리에 콩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개가 사라진 기억을 되살려 조형물을 만들고 촬영했다.

 

'까마귀'는 물에 잠긴 도서관에서 건진 조류도감의 페이지로 역시 새 형상을 만들고 촬영한 것이다.

 

권오상 작가의 'Statue of the Buddha · Yorkshire Terrier'는 부처의 두상에 요크셔 테리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포토 스컬처(photo sculpture)이다.

 

권오상 작가 특유의 기법과 만난 부처 작업 중 한 점으로, 발칙한 발상이지만 위트가 느껴지는 작업이다.

 

김재홍 작가의 작업은 붓으로 연속적인 점을 찍어 나가는 수행의 작업 과정을 거친다. 작은 점들이 모여 거대한 부처의 미소가 완성된다.

 

서고운 작가는 불교 사상 중 ‘윤회’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출품작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영감을 받아 지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병풍으로 제작한 작업이다.

 

전제훈 작가는 태백 탄광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광부이자 사진작가이다.

 

올해(2024년) 태백과 장성의 공공 탄광이 모두 폐광하면서, 잠시 찬란했던 탄광의 영광은 역사 속으로 저물게 되었다.

 

역사는 소멸과 사라짐에는 냉정한 모순적 습성을 보인다.

 

작가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근무하며 사라져가는 탄광과 마지막 광부의 모습을 촬영해왔다.

 

이번 출품작은 ‘선탄부’라는 생소한 인물을 담아 자료의 가치 또한 높은데, 선탄부는 탄을 분리하고 관리하는 여성 광부이다.

 

정보영 작가는 명상적이고 도가적인 촛불의 고요한 빛을 서양화적 기법으로 그리는 작가이다.

 

이명호 작가 역시 불교와도 맞닿아 있는 명상과 윤회의 순간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주영신 작가는 신체의 장기를 작가만의 기법과 컬러로 그리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불교 만다라를 표방한 신작을 제작했다.

 

이진주 작가는 돌부처 머리에 불탄 종이를 감싼 작업을 신작으로 제작했다.

 

유구한 시간을 상징하는 돌의 물성으로 돌부처의 뒷모습, 필멸의 불씨의 흔적, 그리고 많은 사건을 덮는 깊은 심연의 검정 여백이 화면에서 구현된다.

 

이승연 작가는 야외 철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뒤에 후광을 동반한 봉황, 해태, 고양이, 닭 형상의 조각은, 작가가 상상한 한국의 어처구니이다.

 

어처구니는 지붕 끝을 장식하는 한국의 전통 수호신이지만, 작가의 어처구니는 평범한 주변 인물을 표방한다.

 

이정배 작가의 '각진 동그라미' 조각은 붉은 달빛(달), 혹은 햇빛(해)이 수마노탑에 걸려 있는 형상이다.

 

윤회의 상징인 동그라미를 속세의 동그라미로 해석한 작품으로, 원형의 형태에 근접하기 힘든 각진 동그라미를 신작으로 제작했다.

 

하태임 작가의 휘어진 만곡 띠는 경쾌하고 생기 있는 이미지 이면에 작가의 육체적 노동과 수행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작가가 몸을 축으로 팔을 컴퍼스처럼 활용하여 그려내는 만곡 패턴은 작가의 신체 노동의 궤적으로, 시각과 감성을 통해 감동의 파장을 전달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