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이존영 기자 | 전국 과학수사관 28명은 과학수사관 활동 수필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부제: 죽음의 현장에서 과학수사관들이 전하는 삶의 메시지) 책자를 발간(12월 16일부터)하고, 12월 19일 (16시 30분∼18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이 책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 경찰청에서 실시한 과학수사 활동 수기 공모전에 접수된 120여 작품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28작품의 저자가 공동으로 발간한 것이다.
과학수사 분야에 종사하는 검시조사관‧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지문감정관‧법곤충연구사 등 다양한 직군의 종사자들이 수십 년간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사건을 처리하며 현장에서 느낀 삶의 애환과 진솔한 단상을 담았다. 또한, 어려운 여건에서도 진실만을 추구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증거를 찾아가기 위한 직업적 사명감,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평소 시신을 많이 접하는 ‘검시조사관’도 매번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슬픔과 처절함을 느끼는 한 인간일 뿐이다. 특히 어린아이를 검시하며 핀셋으로 눈꺼풀을 조사할 땐 잠든 듯 누워있는 아이를 아프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늘 냉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사건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것이 검시조사관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와 면담하며 진실을 밝히는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또한 마음속 무게 추가 흔들리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범죄자의 마음을 읽다 보면 그가 평생 겪어온 고난과 결핍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는 너무나도 크고 무겁기에 그 호소에 응해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피해자와 면담할 때도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이 절절한 고백이 사실인지, 다른 의도로 꾸며낸 거짓말인지, 과장된 것은 아닌지 진실을 밝혀야 하는 사명을 지닌다.
온종일 흐릿하고 미세한 지문 융선을 보고 지문을 대조하는 ‘지문감정관’에게도 고충이 있다. 부패가 심한 변사체의 지문을 채취해 작업에 임할 때는 심한 악취 속에서도 구토를 참아가며 지문의 주인공을 찾을 때까지 소리 없는 싸움을 이어 나간다. 지문 감정 업무는 반복적이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지문 감정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떠도는 사람들(이중 등록자 등)과 죽어서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는 변사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기 때문이다.
파리를 벗 삼고 일하면서 ‘법곤충 연구사’는 파리의 모습을 확인하고 죽음의 이유를 밝혀야 한다. 주검 위로 줄줄이 눌어붙은 구더기와 파리를 통해 단서를 찾아 죽은 이의 마지막을 알게 되면 사망 원인을 찾아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고인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만능 부서’로 인식되는 과학수사관도 끔찍한 시신의 모습에 잠 못 이루고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러나 모든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수십 년간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과학수사를 해내고 있다.
출판 기념 사인회에는 전국의 동료 과학수사관들이 참석하고, 과학수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참석하여 저자들과 사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행사 순서는 일반 독자 대상으로 한 저자 사인회와 함께 저자대표의 소감발표와 판매수익금 기부약정서 전달,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감사 말씀 순으로 진행된다.
이 책자는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할 예정(12월 16일부터)이며, 인세 수익금 전액은 초록우산재단 범죄피해아동 지원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다.
저자 중 1명인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은 “그동안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과학수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배려와 사랑에 감사드리며 국민의 부름에 더욱 정성스럽게 응답하는 대한민국 과학수사(KCSI)가 되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의 사건‧사고 현장을 마주하는 과학수사관들의 냉철한 지성과 국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