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김학영 기자 | 2025년 설명절은 눈과 함께 찾아왔다. 밤새 하얗게 뒤덮인 세상은 마치 고요한 동화를 연상케 했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하늘길은 폐쇄되고, 배편은 결빙으로 멈췄으며, KTX는 눈 폭풍 속에서 운행 감속 사태를 맞이했다.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떠나는 발걸음은 묶였고, 차례상을 준비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얼어붙었다. 경제마저도 이 추운 날씨에 걸맞게 꽁꽁 얼어버린 듯했다.
눈은 본래 설레임과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이번 설에는 단절과 고립을 상징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KTX가 감속운행하는 것은 단순한 교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설 명절은 우리에게 단순히 공휴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손을 맞잡으며, 새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폭설은 그 연결을 차단하며 명절의 온기를 앗아갔다. 고향으로 가는 길이 막힌 이들은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영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래야 했다.
명절은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 중 하나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붐비고, 여행 산업은 설 특수를 누리며, 음식점은 손님으로 북적이는 시기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물류는 차질을 빚었고, 상점들의 매출은 급감했다. 특히 농수산물 생산자들은 설 대목을 앞두고 물류 마비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 그 이상으로, 지역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또한, 이번 폭설은 단기적인 교통 마비를 넘어,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도 한국의 경제적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요한 수출품이 지연되거나 산업 생산 라인이 중단될 경우,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온정을 찾을 수 있었다. 고립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모습, 발이 묶인 사람들을 위해 무료 숙소를 제공하는 기업들,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제설 작업자들. 이런 모습들은 얼어붙은 사회 속에서도 인간다움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설 명절은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했다.
이번 폭설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는 자연재해 앞에서 여전히 취약하며, 이를 대비한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 기후가 점차 빈번해지는 지금, 물류와 교통 시스템의 대안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로를 돌보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힘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다.
2025년의 설명절은 눈 속에서 얼어붙은 세상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이 겨울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발견해야 한다. 고립과 단절을 넘어, 진정한 연결과 공감을 찾는 명절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